2014년 3월 14일 금요일

【storyis 고전괴담/청성잡기】금혈어(金血魚)

鯨之鉅,優於呑舟,可以雄慴衆魚,而獨畏金血魚,遇則必殲無或免者。
고래의 거대함은 배를 집어삼키고도 남아서 뭇 물고기들을 크게 두렵게 할 수 있지만 유독 금혈어만은 두려워하니, 만나기만 하면 반드시 잡아먹혀 헤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.

金血長袤纔數寸,而鱗鬣皆刃,千百爲隊,逐波而嬉。
금혈어는 길이가 겨우 두세 치밖에 안 되지만 비늘과 지느러미가 모두 칼날 같고 수천 수백 마리씩 떼를 지어 파도를 따라 노닌다.


嗜鯨肉異甚,遇鯨則合圍,陣如八字而曲其尾。
고래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고래를 만나면 빙 둘러싸는데 여덟 팔(八) 자 모양으로 진을 치고 그 대열의 끝을 구부린다.


鯨之所長者吸也,吸則衆刃齊鑽穴腹而出,鯨見血則死。
고래의 장기는 빨아들이는 것이다. 금혈어를 빨아들이면 칼날 같은 비늘과 지느러미가 일제히 창자를 뚫고 나오는데 고래는 피가 나면 곧 죽는다.

以故懾不敢抗,奮鬣而跳,纔涉其左隊,則尾之曲者,趍而環之,右陣從而合圍,閃捷若神。
그 때문에 두려워서 감히 대항하지 못하고 지느러미를 흔들며 도망간다. 겨우 금혈어 떼의 왼쪽 대열을 벗어났다 싶으면 바로 구부러진 끝부분의 고기 떼가 쫓아와 에워싸고 오른쪽 고기 떼가 뒤따라 빙 둘러싸는데, 그 빠르기가 마치 전광석화 같다.


鯨膽縮睛眩,再三跳則氣疲而伏,金血見其疲也,竟搏而食之,殷血漲海,肉盡乃去。
고래는 간이 오그라들고 눈이 아찔해져서 두세 번 뛰어오르다 보면 기진맥진해서 퍼져 버린다. 금혈어는 고래가 지친 것을 보고 다투어 달라붙어 뜯어먹어서 검붉은 피가 바다를 흥건히 물들이는데 뜯어먹을 고기가 다 없어진 뒤에야 떠난다.

魚莫大乎鯨,而乃爲小物所戕,物皆有所制,可不畏哉。
물고기 중에는 고래보다 큰 것이 없는데도 작은 고기에게 잡아먹힌다. 동물에게는 모두 천적이 있는 것이니 두렵지 않은가.

物之無筋者,惟魚與豚也。
동물 중에 근육이 없는 것은 오직 돼지와 물고기이다.

易曰,信及豚魚,謂其至頑難格也。故豚魚能進而不能退,魚之無靈覺可知,而乃能結陣而屠鯨,如軍律焉,由其性與也。雁鹿之陣,固其所也,況師陣乎。
《주역》에 “믿음이 돼지와 물고기 같은 미물에게까지 미친다.”라고 하였으니, 돼지나 물고기가 지극히 미련해서 길들이기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. 그러므로 돼지나 물고기는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뒤로 물러날 수는 없으니 물고기가 지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. 그럼에도 진을 쳐서 고래 도륙하기를 마치 군율을 따르듯 하니 이는 그들의 본성에 의한 것이다. 기러기나 사슴이 진을 치듯 떼를 짓는 것도 본성에 따른 당연한 것인데 하물며 군대처럼 진을 치는 금혈어이겠는가.

[주D-001]믿음이 …… 미친다 : 《주역》 중부괘(中孚卦) 단전(彖傳)에 보인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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