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4년 5월 13일 화요일

【storyis 고전괴담/성호사설】양귀(禳鬼)

귀신을 부리고 귀신을 쫓는 데에는 도가(道家)에 그 방법이 있는데, 그 외는 주문(呪文)은 보통 말과 다를 것이 없으니, 마귀가 두려워서 복종하지 않을 터인데도 그렇게 해 내는 것은 아마도 이 주문을 외어서 정신(精神)ㆍ기백(氣魄)이 마귀에게 이기기 때문일 것이니, 마치 지금의 군호(軍號) 따위가 군중에서 그것을 약속 신호로 삼는 데에 지나지 않는 것과 같다.

요사이 어떤 사람이 귀신들려서, 그 집 사람이 《옥추경(玉樞經)》을 외어서 귀신을 쫓으니 귀신도 따라서 외는데, 두려워하지 않는 듯이 쉬지 않고 쫓았더니, 여러 날이 지나서 귀신이 떠났으니, 증험할 수 있었다.

《심괄필담(沈括筆談)》에도 징험할 만한 한 가지 일이 있다. 백성 중에 사람을 저주하여 죽인 자가 있어, 관가에서 잡아다가 다스렸는데, 그 술법은 이러하였다.

사람이 쇠고기나 양고기를 먹은 뒤에 따라서 저주하면, 그 익은 고기가 날것으로 변하고 날것이 산것으로 변하며, 처음에는 작던 것이 큰 것으로 변하여, 완연히 소나 양의 참모습이 되어서 배를 트고 나온다.

주문은 ‘서방왕모도 동방왕모도(西方王母桃東方王母桃)’라는 10자에 지나지 않고 그 밖에는 다른 것이 없는데, 이 10자가 어찌 마귀를 부르는 부험[符]이 되기에 이토록 괴이한 일을 해 낼까? 거기에 마귀와 약속한 신호가 있기 때문일 뿐이다.

대저 귀신의 정상은 사람의 마음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으므로, 공자(孔子)가 “사람을 섬길 줄 모르면 어찌 귀신을 섬길 줄 알랴?” 하였다. 사람 섬기는 방법을 잘 터득한 자는 귀신도 섬길 수 있는 것이니, 성인의 말에는 이와 같이 포괄된 뜻이 있다.

[주C-001]양귀(禳鬼) : 귀신을 쫓음.
[주D-001]사람을 …… 알랴? : 이 말은 《논어(論語)》 선진(先進) 편에 보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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